산을 걸을 때 / 차영섭

산의 침묵을 깨트리지 아니하게 조심한다
수양하는 나무의 마을을 헤아리며
가끔씩 마음이 닿는 나무를 껴안아 본다

오줌은 나무가 놀래지 않게
둥치에서 약간 떨어져 눕고
노출된 뿌리를 밟지 아니한다

계곡물을 더럽히지 않고
산새나 동물들의 자유를 방해하지 않는다
산에서는 자동차나 자전거를 타지 않는다

숲의 나라를 이해하고
숲이 인간에게 주는 은혜에 감사한다
숲은 생명이다

숲은 사람의 나라가 아니라
나무와 동물들의 나라다
미안한 마음으로 산을 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