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무르고 싶은 당신 / 차영섭

머무르지 말고
자꾸만 흘러야 한다고 하지만
딱 한군데 머무르고 싶은 곳이 있습니다

변화하지 아니해도 좋고
새로워지지 아니해도 좋으니
지금 둘만의 시간을 갖고 싶은 사람이 있습니다

여행을 하다 잠깐 만난 풍경처럼 내 눈에
쏙 들어오는 당신, 당신이 나에게 전부인 것처럼
나도 당신에게 전부가 되고 싶습니다

홀로 걸으면 왠지 쓸쓸한 사람과
어딜 가나 날 잊지 못하는 당신은 언제나
이제 갓 피어나려 하는 꽃망울입니다

당신의 손이 시리면 손을 잡고
당신의 발이 차가우면 발을 잡고
봄이 올 때까지 꼼짝없이 머무르고 싶습니다

내게 보이는 당신보다 보이지 않는
아름다움이 더 많은 당신, 소녀 같은 가슴에 눈물 지으며
산마루 넘어가는 세월을 합창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