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이하며 / 차영섭

훌쩍 날 여기 놓아두고
한해가 가버렸네요
나이테 하나를 눈가에 그려놓고
어디로 가버렸을까요

쓸쓸하네요
나와 희로애락을 함께 했던 세월이
바람따라 강물따라 모습을 감췄네요

가버린 뒷모습을 그려보니
나에게 남아있는 건 부끄러움 뿐이네요
날 사랑한다 해놓고
무심히 한 세월이 떠났듯이
또 날 속이려고 머리를 내미네요

나의 부끄럼이야 이루 말할 수 있겠습니까만
좁았네요 내 시야가,
욕심이었네요 내 마음이,
집착이었네요 하는 일마다,

이제 하얗게 내리는 저 눈송이,
눈송이 하나에 욕심을,
눈송이 하나에 집착을,
눈송이 하나에 자존심을 실어 보내렵니다.